애초에 이걸 떡하니 올려놓고 들어보셈!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아니 불과 다섯 시간전 까지만 해도 없었다. 오후 업무를 막 시작할 즈음. 지랄 발광하듯 울어제끼는 사무실 내선 너머로 흘러나오는 '자료 챙겨들고 내 방으로 와!' - 뭐 이따우 어투의 상급 직원의 명령은 대한민국 직장에서는 매 초 단위로 벌어지고 있는데 혼자 예민한척 지랄 발광하는 꼴이 역겨우시다면 보무도 당당하게 빽 버튼 눌러서 되돌아 나가시라 - 하는 호출을 받고 두어시간동안 뭔소리를 하는지 파악하기 힘든 회의 - 정말 이게 회의일까. 직장생활에 회의가 든다. - 를 마치고 나서 부터 편두통이 심각해졌다. 뭐 그래서 맥주도 두어잔 채 마시지도 못하고 거의 기어서 귀가했다. 몽롱하고 전두엽이 지끈거리다 못해 안구에 압박감까지 몰려오는 상태에서 YES를 틀어논 이유는 그나마 좀 진정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음악치료 뭐 이런거 조또 하나도 모른다. 그러니까 오늘같이 더럽게 꿀꿀한 날엔 그저 닥치고 음악이나 듣자. 그게 살 길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 아니겠나. 아. 더 꿀꿀하구만.

1971년 발표된 Fragile의 re-issue version.
이거 SACD로도 나왔던데. 하튼 장사들은 잘한다.

1. Roundabout
2. Cans and Brahms
3. We Have Heaven
4. South Side of the Sky
5. Five Per Cent of Nothing
6. Long Distance Runaround
7. Fish (Schindleria Praematurus)
8. Mood for a Day
9. Heart of the Sunrise
10. America
11. Roundabout [Early Rough Mix]